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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법리를 왜곡하면서 특검을 깎아내리는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특검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부들의 각종 문자내역,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국민연금관리공단·보건복지부 압수수색 문건, ‘대통령 말씀자료’ 및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 등 2만 쪽이 넘는 기록을 제출했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은 이러한 기록이 ‘정황 증거에 불과’할 뿐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청탁을 입증할 명시적·구체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안종범 수첩이 “예고편만 요란했지만 ‘맹탕’”으로 드러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특검을 노골적으로 폄훼했고, 중앙일보와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비롯한 경제지들은 “안종범 수첩의 직접증거 채택이 불발됐다”, “이재용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 “특검이 갈수록 수세에 몰린다”, “재판은 확증 없이 무의미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등의 기사들을 연실 쏟아냈다. 하지만 이재용의 뇌물 공여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직접적 증거보다 “범죄를 추단케 하는 정황증거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미디어오늘 2017.7.25). 즉, 재판부의 안종범 수첩의 정황증거 채택 결정은 이를 증거로 ‘채택’한 것에 의미가 있었음에도 언론은 이를 누락시키고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또한 이재용의 밤샘조사를 문제 삼으며 초점을 흐렸고, 정유라가 이재용 재판에 출석해 증언한 일에 대해서도 자발적 출석이었는지에 대해서만 대중의 관심을 몰고 갔다. 정유라의 증언이 이재용의 뇌물 사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도하기보다, 정 씨의 변호사가 내놓은 ‘살모사’란 발언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한 시민으로서 증언을 자처한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에 대해서는 그의 이재용 재판장 출석이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비난했고, 그의 증언이 추측성 발언이어서 증거 가치가 없다고 폄훼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신장섭을 ‘경제전문가’로 한껏 띠우며, 그의 입을 빌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을 놓고 “엘리엇에 맞서 국익을 지킨 것”이라는 입장을 부각시켰다. 해당 사안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반기업 정서의 결과물”이라는 그의 평가도 덧붙였다. 청와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엄청난 양의 문건이 발견됐고 해당 문건이 이전 정부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개입했다는 정황 증거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재용 재판을 ‘여론전’으로 몰고 간다고 몰아붙였다. ‘오너 부재’에 따른 ‘삼성 위기론’과 ‘국가 신인도 하락론’, 그리고 ‘삼성=국가 1등 기업론’, ‘삼성 국가 경영론’, ‘삼성 위기=국가 경제 위기론’ 등 삼성을 두둔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론의 공식들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아주경제,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디지털타임스 등 꼽을 없을 만큼 수많은 언론이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도록 여론을 조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의 이런 행위가 이례적인 것도 아니다.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면서 우리 모두가 삼성의 불법 행위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 것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2005년 ‘삼성X파일’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언론은 그에 대한 보도를 지연시키고 누락시켰으며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이 드러났을 당시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내용을 묵살하거나 그의 폭로가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오히려 그를 공격하는 태도를 취했다. 2007년 당시 이건희 회장이 단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의 선고를 받고 삼성 특검이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언론의 폐단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은 2007년에 발생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7년간 무시·묵살하고, 2014년이 돼서야 삼성이 내놓은 위선적인 사과와 보상 내용을 확대시켜 보도했다. 언론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삼성은 백혈병 피해자들에 대해 ‘삼성식’ 해결방안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언론의 삼성 편향적 보도의 배후는 무엇일까? 삼성이 광고를 통해 언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은 연간 수천 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언론에 통제력을 발휘했고, 그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유지시켜왔다. 특히 1997-8년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제적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진 경제지들과 인터넷 언론이 최대 광고주로서의 삼성에 종속된 기사를 양산함으로써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물론 삼성이 최대 광고주로서 언론 위에 군림하고 있던 탓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삼성이 국가경영을 주도한다’는 ‘삼성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압축 성장기부터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은 1990년대 중반 한국의 대표 재벌기업으로 떠올랐다.  1997년 IMF 외환 위기에도 삼성은 한국 경제를 버티게 해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삼성은 명실상부한 제1위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로써 ‘삼성이 하면 뭔가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외국에서 삼성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삼성을 ‘국가적 자긍심’에 연결시켰다.   

삼성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으며, 젊은이들도 가장 근무하고 싶은 기업을 삼성으로 꼽는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의 폭발 게이트가 문제가 되었지만, 삼성은 이를 ‘실수’로 포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실로 믿어주었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간 삼성은 ‘신화’가 되었다. 신화의 특징은 의문을 거부하는 것이듯, 삼성이 적합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성장한 것인지,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로 기여하고 있는지, 국가 공동체적 가치의 실현에 어느 정도로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지 등의 문제는 제대로 제기되지도, 또 논의되지도 않았다.  

결국 신화가 유지되는 동안, 삼성은 총수체제, 문어발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부실시공, 하청착취 등의 경제활동을 수시로 벌였으며, 부당거래, 불법상속, 노조탄압, 정경유착 등의 불법 행위들을 저질렀다. 언론과 정부, 검찰은 삼성을 비호하며, 삼성이 가진 그늘을 체계적으로 은폐해주었다.   

결국 경제력을 기반으로 초법적 권력기관으로 성장한 삼성은 국가의 운영 자체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세금제도, 노동정책, 전기요금, 공정거래 등 국가의 주요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정책들을 바탕으로 수십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기면서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 그리고 비정규직에게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삼성은 뇌물을 공여하고 국가기관 국민연금을 움직여 국민 전체를 희생시키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 경제권력을 통해 정치권력을 이용하고, 이로써 경제권력을 더욱 확대했던 셈이다.  

이처럼 삼성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발휘하면서 사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의 한 대사에 함축되어 있다 “되니까,” “되니까 할 수 있었던 거다,” “모두들 침묵하니까,” “아무도 소리 지르거나 문제 삼지 않으니까.” 

언론은 삼성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침묵을 지켰고, 또 삼성이 필요로 할 때에는 거짓말로 삼성의 허물을 덮어주었다. 삼성의 언론 지배, 혹은 삼성에 대한 언론의 종속은 분명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이다. 국가 경제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재 정의를 세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권력과 재벌의 유착은 시장 경제 질서를 흔들고 국가기구를 병들게 한다. 따라서 삼성의 뇌물 공여 사건의 진상은 명백히 드러나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적폐, 삼성의 언론 지배가 청산되어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8266#csidx27ff5a8fdaa22e29716ae672d1b95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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